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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팬택 상품기획 부서가 작성한 샤오미 분석 자료를 읽었다. 샤오미라는 존재가 업계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때였다. ‘더 이상 중국산이라고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겠다.. ‘라는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론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발빠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강점이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차별적 기술요소 등 특기할만한 보이지 않아 당사가 참조할 사항이 크게 없다’ 라는 시사점으로 마무리되었다.
몇 개월 뒤 8월, 팬택은 법정관리를 시작했다.
2005년 SK텔레텍 인수로 스스로 ‘시장 리더’를 자처한 후 팬택은 몇 차례 부침을 가졌다. 워크아웃 기간도 거쳤고, 구조조정도 자주 실시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전환되는 기회를 잘 활용했다. 스마트폰 대중화 추세 속에서 팬택은 2012년 1,00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박병엽 부회장은 “미래에는 곧 PC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고, 스마트폰이 대체할 것”이라는 ‘P의 법칙’을 주창하는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당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 상황은 아마 아래와 같았을 것이다. (애플 아이폰 제외)
1) 삼성, 엘지, 팬택의 ‘리더 그룹’에서 펼쳐지는 신기술의 향연에 소비자는 아직도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신모델마다 선보이는 프로세서와 메모리의 진화와 더 높은 카메라 화소는 시장의 이슈를 만들어 갔다.
2) 프리미엄폰 일색의 시장이기 때문에 아무도 가성비를 논하지 않았다. 단통법 이전에는 ‘보조금 정책이 터지는’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얼마든지 ‘버스폰’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히 싸구려 중국폰이 들어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Low end 시장은 무주공산이었지만, 딱히 매력적이지 않기도 했다.
3) 작긴 했지만, Low end 시장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기능은 다 필요없고, 친구들이 손주 자랑하는 카톡 때문에라도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는 노년층과,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기 싫어 스마트폰을 조르는 초등학생들은 출시 후 2년이 지난 구형 모델을 선택했다. 이통사는 관심 반 의심 반으로 중국 제조사와 접촉을 시작했다.
이 때, 이 시장에 팬택이 가장 먼저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크리스텐슨은 시장 리더가 취할 파괴적 혁신 대응법을,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 그들이 뿌리를 내릴 수 없게 발 디딜 공간을 주지마라’고 조언한다.
High End 시장을 지키기 위해 Low End 시장에 방어전선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신규 진입자의 시장 잠식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Low End 시장에서 이익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안방을 뚫리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목적은 시장의 큰 형님, 삼성이 취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3개 리더 그룹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 10~15%를 차지하는 3등 팬택이 취할 목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또 한가지 가정을 더해보자.
당시 언론 및 여론에서는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과열경쟁으로 불법보조금이 난무하는 시장 상황에 빨간불을 수차례 던지고 있었다.
발빠르게 정보를 입수한 누구는 0원에 스마트폰을 사고, 순진한 ‘호갱’들은 몇십만원 씩 내야하는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너무 심했다. 누가봐도 비정상이었다. 이런 시장을 정부가 가만 놔둘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단통법이 시작되었고 스마트폰 High End 시장에 빙하기에 찾아왔다.
Low End 시장의 선점은 팬택에게는 ‘시장 방어’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생존과, 혹은 성장’이라는 기회가 되는 시장이 아니었을까?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팬택이 이달 말에 중저가 신모델을 출시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좋은 성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장에서는 Big bang disruption 이론을 소개하고, 이에 바탕하여 2016년 지금의 팬택에게 제안하는 전략 방향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 본 내용은 연세MBA 권구혁 교수님의 ‘경영전략’ 강의에 바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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