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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시무시한 이름의 이론을 한국말로 뭐라 불러야 할까.

‘시장 파괴’, ‘시장 해체’… 딱히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2013년 3월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소개된 이 이론은 1997년 등장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늦둥이 동생 격이다.

그리고 내용은 형님보다 더 절망적이다. 마치 묵시록을 보는 것 같다.

어떤 내용의 이론일까?




이제는 대놓고 innovator’s dilemma가 아니라 INNOVATOR’S DISASTER라고 말한다. 전혀 새로운 별종의 시장 진입자가 순식간에 시장을 휩쓸어 버린다는 것이다.


기존의 ‘파괴적 혁신’이 High end market 관점에서는 일시적으로 열등한 기술이나, 새로운 가치를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과정을설명했다면,

이제는 갑자기 짠!하고  등장한 존재가 수익성 낮은 Low end market에서부터 조금씩 성장하지 않고, 한 번에 전체 시장을 석권해 버린다.


T맵과 같은 무료 네비게이션 어플이 아이나비 등 기존 내비게이션 시장을 해체해 버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의 리더보다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공짜니까), 실시간 도로상황이 반영되고 수시로 업데이트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T맵의 SKT가 네이게이션 시장의 인접시장에서 진입해온 잠재적 경쟁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만드는 Big bang disrupter는 ‘Go-to-market approaches’를 가진다.

즉 그들은 경쟁자보다 소비자에게 주목할 뿐이며, 기존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했던  가치와

완전히 다른 시장을 창출해 소비자를 끌어온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 시장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었고, Amazon의 제프 베조스는 ‘서점과 경쟁하려는 의도’로 Amazon을 창업한 것이 아니다. 그의 목적은 E-commerce Business를 만드는 것에 있었고, 작고 배송이 간편하며 안정적인 SCM이 가능한 제품이 책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Big bang disrupter는 3가지 특성을 가진다.


1) Unencumbered development (부담없는 개발)


‘Hackatons’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hacking+marathon의 합성어로,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재미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해킹하듯 교환하며, 결론이 날 때까지 마라톤처럼 멈추지 않는 일하는 방식을 뜻한다.

트위터의 시작이 ‘불특정 다수에게 단문 메시지를 보내면 어떻게 될까?’를 테스트 해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작게 시작되었던 것이 해당된다.


2) Unconstrained growth (제약없는 성장)


‘Innovator - early adopter - early majority - late majority - laggards’로 이어지는 PLC, 익숙한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big bang disruption이 발생하는 시장에서는 단 두 개의 고객군만 존재한다.

- Trial users (초기 소수의 이용자)

- and everyone else (그리고 나머지 모두)


즉 PLC가 아래 그래프처럼 초기 수용곡선이 수직에 가깝게 올라가는 그림이 되는데, Big-bang disruption 등장에 모든 고객 Segment가 동시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태블릿PC 시장을 개척한  iPad가 등장했을 때, innovator 혹은 early adopter의 노트북의 대체재를 찾는 소수의 시장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데스크탑을 가지고 있던, 노트북을 산지 몇 달되지 않던 상관없이 모두가 iPad를 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은 새로운 disrupier가 등장하면 그래프가 가파르게 하강한다는 것이다. 즉 생존기간이 매우 짧다!)


3) Undisciplined strategy (비논리적인 전략)


1995년 소개된 전략 이론의 고전 중 하나인 Discipline of market leaders(1995)에 따르면 사업 전략은 다음 세가지 목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해야 한다.


- Low cost 가격 전략 (operational excellence)

- Constant innovation 상품 차별화 (product leadership)

- Customized offerings 고객 만족도 제고 (customer intimacy)


하지만 Big-bang disrupter는 등장과 동시에 이 모든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 Lower price (기존 경쟁자보다)  더 낮은 가격

- Better performance (기존 경쟁자보다) 더 좋은 상품

- Greater customization (기존 경쟁자보다)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


앞에서 예로 들었던 T맵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비교적 생소한 이론이라, 개념 소개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아마 팬택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은 #3 정도에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장에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Big bang disruption에 대처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 본 내용은 연세MBA 권구혁 교수님의 ‘경영전략’ 강의에 바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