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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소주 ‘푸른밤’이 성매매의 시간 단위를 표현하는 ‘짧은밤’과 ‘긴밤’을 제품명에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소주 브랜드가 그랬듯, 알콜 도수를 2가지로 나눴고 약한 16.9%에는 ‘짧은 밤’, 20.1%의 강한 도수에는 ‘긴밤’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주기반 소주 제조사를 인수한 뒤 산지의 USP에 기반, ‘제주도 푸른 밤’의 유명 노래 가사를 차용한 브랜딩까지는 좋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긴 밤+짧은 밤’ 조합이 문제가 된 셈이다.


이런 브랜드 전략을 수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주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FCB Grid 상 ‘저관여+감성’ 제품에 속한다.

소비자 가치이론으로 유명한 학자 Sheth et al.의 5가지 소비가치 이론 중 ‘감정가치’에 소구하는 마케팅을 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래 표 중 푸른색으로 강조된 내용을 살펴보자.



Sheth et al.(1991)이 제안한 5가지 소비가치

소비가치

세부 내용

사회가치

나의 지위와 품위에 부합하는 제품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선택한 제품이 나의 사회적 계층을 잘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구매한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친구나 사람들의 반응을 중요시한다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속해 있는 집단과 잘 어울릴 제품인지를 고려한다

탐험가치

나를 새로운 스타일의 제품을 선택한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독특한 제품을 선택한다

나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기능가치

나는 제품의 실용성을 중요시한다

제품을 선택할 때 얼마다 안전하고 튼튼한지 고려한다

제품의 관리와 손질의 용이성을 중요시한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좋은 제품보다는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한다

감정가치

나는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의 구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을 통해 얻는 행복감이 중요하다

자아가치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를 만들 수 있다

소비는 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수단이다

소비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타낸다

나를 소중한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소비가 중요하다

더 좋은 나의 모습을 위해 소비를 한다고 생각한다

소주를 마시면서 즐겁고 싶고, 취해가면서 행복해 지고 싶다. 소주의 주 고객이 남성임을 고려하면 아래처럼 매력적인 당대 최고 여스타의 모델 기용이 이해된다.




신세계의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 여기다.

후발주자이고, 참이슬과 처음처럼이라는 강력한 기존의 시장 지배자들과 싸워 나가려면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똑같이 ‘감정가치’로만 소구한다면 어떻게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신생 브랜드 푸른밤은 또 하나의 가치를 추가하기로 했다.

위 도표에 붉게 표기된 ‘탐험가치’다. 기존의 소주보다 새로운 스타일의, 독특하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자.

그러고 보니 경쟁자들은 강한/약한 도수에 별다른 브랜딩 기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래, 여기서 시작해보자.


브랜드 네임 중 ‘밤’에서 확장해 술자리가 가지는 로맨틱하고, 무언가 역사가 만들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네이밍, 그 고민의 산물이 강한 술로는 보다 ‘긴 밤’, 약한 술은 ‘짧은 밤’으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혐’의 사정권에 들어올 가능성까지는 생각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