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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매년 찾아오는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스벅 다이어리 개미지옥, 들어갈 것이냐 말 것이냐”

스타벅스가 시작한 연말 다이어리 마케팅은  F&B 브랜드가 하나 둘 동참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스타벅스는 명실상부 커피전문점 No.1 브랜드다. 다이어리 마케팅을 통해 스타벅스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리스마스 음료 3잔을 더 팔기 위해서? 설마.


스타벅스는 현재의 지위를 지속하고자 한다.

‘품질 기대’라는 소비자 행동 이론에 기대어 설명하자면, 커피 브랜드 중 가장 높은 ‘고객 기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 중 하나다.


사람은 기대를 넘어서는 결과를 맛볼 때 만족한다. 소비자는 한 제품/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는 경험을 할 때 그 브랜드에 만족하고 충성도를 갖는다.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소 기대’와 ‘적정 기대’라는 두 개념이 있다.

최소기대(should expectation) - 최소한 이건 넘어야 한다는 기준

적정기대(will expectation) -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





소비자가 경험한 만족 수준이 최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브랜드는 대안에서 제거(elimination effect)된다.

커피 시장에서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카페베네의 실패가 여기에 해당한다.


적정기대 수준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기대는 높을수록 좋을 것일까?

대조효과(contrast effect)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경험이 사전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뭐야 과장이잖아…”라는 실망으로 이어지고, 브랜드는 실패한다.


미국에서 ‘커피의 애플’이라 칭송받는 블루보틀 커피가 한국에 상륙하게 될 때, 높은 기대 수준에 걸맞는 품질과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대조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소기대와 적정기대 사이, 고객수용구간(Zone of tolerance)에 있는 브랜드는 생존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 브랜드가 여기에 있다. 이 구간에서 브랜드의 우열이 가려지는 요인은 무엇일까? 스타벅스가 엔젤리너스보다 인기 많은 이유는 커피 맛이 월등해서일까? 투썸플레이스보다 매장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좋아서일까?



우리는 그렇게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다.

‘왠지 스타벅스가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 수준이 가장 높은 브랜드가 스타벅스이기 때문이라는게 품질기대 이론의 주장이다. 다이어리를 포함한 스타벅스의 마케팅은 이 기대 수준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고객수용구간에서 소비자는, 만족의 수준을 자신의 예상기대와 일치시킨다.

커피처럼 계량적 품질해석을 내릴 수 없는 상품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위 그래프에서처럼 스타벅스는 고객수용 구간 중 가장 오른쪽의, 과장의 수준보다 조금 더 낮은 기대수준을 지속하려 한다. 그것이 곧 가장 높은 소비자 만족과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기호품인 커피 시장에서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똑똑한 마케팅 기법’중 하나가 연말의 ‘스벅 다이어리 개미지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