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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5 미혼여성, 대학생 혹은 직장인으로 수도권 거주’

‘하루 1개 이상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평소에는 검소하나 명품백과 해외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음…’


Target 정의의 보편적인 예로, 인구통계학적, 라이프스타일 기준 등으로 고객을 세분화하는 방법이다.


고백하건데, 별로 실효성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그 다음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블레싱컨설팅의 경진건 대표는 이와 같은 ‘고객 특성변수’ - 고객이 누구인지를 나타내주는 변수(인구통계적, 지리적, 심리적)로만 시장 세분화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고객의 구매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객 행동변수’ 기준의 분석이 함께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추구하는 편익, 사용상황, 브랜드 충성도 등이 포함된다.


VEGA No.6가 출시된 2013년 스마트폰 시장을 고객의 추구편익(Benefit) 기준으로 시작해서 단계별로 세분화해보자.





위와 같은 가정 하에서 No.6가 가져갈 수 있는 시장은 어디었을까?


우선 6인치의 대화면을 USP로 했을 때, 미디어 소비량이 높은 2030 남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갤럭시노트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한다. 타겟 시장 선정은 매력적이기도 해야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길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위험이 존재한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운다면, 실속지향 성향을 보이는 고등학생/대학생 시장도 괜찮아 보인다.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고 자신의 구매 기준에 적합한 모델을 찾기 때문에 VEGA 브랜드가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당시 팬택은 ‘대화면 추구 고객’을 선택했다. 그래서 ‘보기 위한 폰’이라는 컨셉을 만들었다.

광고 모델은 타겟 이미지에 맞는 이병헌이었고, 남성이 좋아할만한 중후장대한 크리에이티브를 제작했다.







여러분이었다면 어느 시장을 선택했겠는가?

나는 young generation(10대, 20대 포반)을 표적고객으로 포지셔닝했을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당시 시장에서 VEGA폰은 가장 싸게 팔리는, 그래서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주로 고르는 브랜드였다.

팬택이 의도한 시장은 아니었지만, 시장의 작동이 그러했다면 그 쪽으로 작정하고 포지셔닝했을 때 새로운 기회가 발견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나이의 아이들은 20대 후반만 해도 ‘꼰대’ 취급하지 않는가.

스마트폰 중에 유일하게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를 대변해주는 브랜드’라고 응원을 받았다면 지금 그들이 20대 후반의 구매력있는 고객으로 성장했을 때 VEGA를 어떻게 대했을까도 궁금하다.


마치 Apple이 1984년 역사적인 슈퍼볼 광고를 통해 ‘우리는 IBM과 다르다’고 외치면서,

비록 덩치는 업계 거인 IBM과 상대가 되진 않았만 ‘사랑받는 약자’, ‘강한 underdog’으로 포지셔닝 가능했듯이 말이다.


VEGA No.6가 당시 취했던 STP는 전형적인 ‘Divide & Conquer - 나눠서 가져가겠다’의 정신에 입각한다.

하지만 하이테크 마케팅에서는 다른 접근의 STP를 요구한다.

‘Create & Own - 시장을 만들고 모조리 취한다’는 것인데, 혹자는 이것을 ‘블루오션 전략’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노트 대상으로 Divide & Conquer를 시도하는 벅찬 싸움보다, 다른 시장을 Create & Own을 했다면 No.6가 어떤 결과를 가져갈 수 있었을까?


이것으로 STP에 바탕한 팬택에 대한 생각을 마친다.

다음 장에서는 4P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 본 내용은 연세MBA 최정혜 교수님의 ‘마케팅 관리’ 강의에 바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