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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장에서 설명한 ‘순판가’ 목표를,

팬택은 거의 매번 달성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A모델의 순판가 목표가 45만원이었다.

(제조/판매원가 35만원, 매출총이익 10만원으로 구성)

그런데, 순판가를 30만원까지 내려서 개통을 시킨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원가보다 못한 가격을 받았으니,

이익은 고사하고 이 모델은 ‘적자’가 되버리는 것이다.


순판가의 운영은 ‘리베이트’에 좌우된다고, 앞장에서 설명했다.

이 리베이트가 운영되는 구조를 살펴보자.


소비자의 스마트폰 구매 의사결정은 대개,

‘원하는 모델을 먼저 고른다 -> 가장 싸게 파는 방법을 찾는다’

혹은

‘일단 매장에 간다 -> 좋은 가격조건을 권유하는 모델과 통신사를 고른다’이다.


그 과정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스마트폰 가격 할인’의 원동력인 리베이트다.

리베이트를 만드는 주체는,

제조사와 이통사 그리고 대리점이다.





1) 제조사가 부담하는 리베이트 재원은 ‘개통 장려금’이라 부른다.

사업자에 공급된 스마트폰의 개통을 위해 먼저 돈을 얹고, 사업자와 대리점의 추가 재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돈이다.

단통법 이전에는 이렇게 운영되었다.
- 규제가 약하고 이통사가 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투입하는 ‘시장 활황기’에는

당연히 이 돈이 많아야 높은 리베이트 형성에 유리하고,

리베이트 규모에 따라 판매 현장에서의 권매 정도가 달라진다.

- 반대로, 정부의 규제가 심하고 이통사도 소극적인 ‘시장 침체기’에는

리베이트 형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높은 리베이트보다는 저렴한 출고가가 개통 확대에 유리하다.

(현재 단통법 아래 시장 환경이 이렇다)


2)

이통사도 리베이트에 돈을 태운다.

이통사는 스마트폰 납품 시에 제조사로부터 마련한(삥 뜯은) 재원과 제조사가 먼저 제안하는 돈의 규모를 감안하여 ‘이통사 정책’ 금액을 결정한다.
스마트폰 출고가 수준이나 이통사의 지원 의지 등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나,

통상 제조사 금액의 1~2배 정도를 투입하여 리베이트를 세팅한다.


3)

대리점도 (타 대리점과 경쟁하기 위해) 자신의 재원을 투입한다

같은 이통사 대리점이라도 지역 별로, 매장 별로 리베이트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리점은 일반적으로 대당 3~5만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하는데,

이렇게 제조사, 이통사, 대리점의 재원으로 만들어진 리베이트를 통해 직접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위탁판매점에 리베이트를 배포한다.

따라서 재원이 많은 대형 대리점이 유리한 빈익빈 부익부가 일어난다.


4) - 5)

이제 시장을 흐리게 한 ‘폰팔이’들의 만행이 판매점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앞 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판매점은 스마트폰 한 대를 팔 때 자신의 수중에 남는 돈이 곧 이익이다.

제조사와 이통사, 대리점이 마련해 준 리베이트 중 자신이 가져갈 ‘적정 마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이용하여 가입자의 요금제에 따라 할부원금을 설정하여 영업을 한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 손님의 할부원금은 천지차이다.
따라서 판매점의 마진은 차이가 큰 편이나 평균 15~20만원 정도로 본다는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팬택의 모델로 판매점이 1대당 가져가는 마진이 80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이다.

한창 때는 팬택 모델의 리베이트가  120만원까지 형성되었기 때문인데,

즉 손님이 9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30만원을 더 줘야 하는 경우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손님에게는 40만원 할인을 해주면서 굉장히 좋은 할부원금이라고 ‘약을 치고’

나머지를 자신이 먹은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한창 뜨거울 때는,

“아이고 아버님 오셨습니까~”라며 매장에 들린 순진한 어르신들을 속여,

하루 두 대 정도만 팔면 외제차 몰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흔한 시절이었다.


이러한 리베이트가 하루에도 몇 시간 차이로 몇 십만원 씩 늘어나고 줄어들던 시절이었다.

마치 도박처럼, 한 이통사가 얼마를 태웠다더라, 어떤 제조사가 몇 십만원을 더 들였다더라..라는 정보가 입수되면 바로 또 거기에 몇 만원을 더 올리는 식의 영업이 계속되었다.


이런 정보를 빨리 입수한 소비자는 0원에 스마트폰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판매점의 지갑만 채워주는,

전형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의 폐해가 굉장히 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단통법 개시 이전의 내용이지만,

보조금의 상한선이 정해졌을 뿐이지 현재도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튼,

팬택이 순판가까지 무너뜨려가면서, 자신의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내는 어려움 속에 만들었던 리베이트가 이렇게 이상하게 새어나가 버렸다.


무엇보다 팬택의 잘못이 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케팅의 금언 중 하나가 있다.

“Make things you can sell”

돈을 태우지 않으면, 0원을 만들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누굴 탓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 유통구조와 리베이트로 운영되는 가격전략에 대해

이렇게 2회에 걸쳐 소개해봤다.

‘호갱’이 되지 않는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팬택이 취했어야 할 가격전략을,

다시 이론적인 기준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겠다.

* 본 내용은 작성자의 업무 경험에 바탕한 개인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으며, 잘못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